고소설 작품에 대하여
소설이 창작되기 이전에 인간은 구비로 전승되는 설화가 널리 퍼져있었다. 역사의 순차 및 문자의 사용에 따라 한문소설에서 한글소설로 기록되게 되었다. 우리민족의 고소설의 범주는 고려 말 「최치원전」부터 개화기시대의 이인직의 신소설이 등장하기까지로 보고 있다. 등장인물을 뚜렷하게 묘사하며, 시대정신, 현실을 초월한 허구 및 낭만성을 띄며, 서사구조의 일정한 틀에서 주인공이 이야기를 진행하는 면모를 보인다.
고소설은 특히나 화폐 유통 및 상업시장이 활성화된 조선 후기 숙종 때를 전성기로 보며, 경제력을 갖춘 중인 이하 계층이 후원자 역할을 하며 판소리 등 고소설 장르의 독자층을 넓히고, 그에 따라 하층민들의 생활과 정서가 반영되어 그 욕구를 충족시키는 고소설 장르를 성장시킨다. 앞서 신화, 전설, 민담의 서사문학의 구분이 명확하게 구분하여 전승되지 않은 채 우리 문학은 성장해 왔다. 민담형태 또는 중국 전기문학을 일부 수용하여 소설 양식을 발전해 나갔다.
세종에 의해 창제된 한글이 국문 소설문학의 대중화를 열었다. 현재 1000여 종이 넘는 고소설 작품이 있으며, 더욱 작품을 깊이 있게 탐구하여 해석하고 작품의 창작 계기 및 역사적 사건과 더불어 민중 의식을 파악하여 선조들의 문학적 사사 및 겨레의 얼을 이어나가고자 한다.
http://encykorea.aks.ac.kr/Contents/Item/E0020897
고소설 [박씨전] 작품의 줄거리
때는 세종과 세조의 시대로 조선 한양의 명문가 이득춘의 집안과 금강산에 선인 박처사가 서로의 인품에 감복하여 서로의 아들과 딸의 혼약을 맺는다. 이득춘의 아들 이시백은 늦게 얻은 아들이라 귀했으며, 총명하고 비범했다. 박처사의 딸은 그 아비의 딸로서 인품 외에도 비범하고 초인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었으나 천하의 박색, 추물이었다. 이를 알지 못한채 한양에서 금강산으로 찾아간 이득춘과 아들 이시백은 박처사의 딸 박씨와 혼인하여 돌아온다. 시부 이득춘은 박처사의 인품과 그 능력을 높이 사 그의 딸 박씨의 숨겨진 재주가 필시 있을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으나, 그의 아들 이시백과 이가의 모든 이들은 박씨가 추물이라는 이유로 그녀를 비웃고, 욕하며 헐뜯고 냉대한다. 초야 후 처를 돌보지 않는 아들 시백을 훈계하여 가르치기를 수없이 하지만 고쳐지지 않았고, 그런 홀대에 어찌하지 못하는 박씨는 시부에게 후원 피화당을 지어 달라 청하여 3년을 홀로 지낸다.
박씨는 천기를 읽어내 시시때때로 액을 막는 일을 하며, 집안의 재물을 모으고, 대대손손 그 업을 높이기도 한다. 그 첫째로 시부가 입어야할 조복을 하룻밤 사이에 지어주기도 하고, 그 조복으로 말미암아 임금에게 자신의 처지를 알리기도 한다. 두 번째로 아무도 몰라보는 천리준마를 알아보고 남들 모르게 비루먹는 말을 싸게 사오기도 하여 중국사신에게 큰 값에 팔아 돈을 벌고, 세 번째로 남편 시백이 과거를 볼 때 신기한 백옥연적을 주어 장원 급제하도록 한다. 하지만 시백과의 갈등을 점차로 깊어져 아녀자가 사내대장부 오라 가라 한다는 이유로 박씨의 시비 계화를 벌하며 박씨와 갈등의 골을 깊게 하였다.
박씨는 금강산에 올라 아버지를 만나고 돌아왔는데 박처사는 딸의 액운이 다하였다 하여 이가의 모든 사람들이 알도록 신묘한 도술로 딸의 허물을 벗겨낸다. 박씨는 그동안 전생의 지은 죄로 인한 추한 탈을 쓰고 그 죗값을 다하여 이제 자신의 본모습을 되찾았다. 남편 이시백은 달라진 박씨에게 자신의 잘못을 뉘우침과 동시에 그 미안한 마음을 몇날 며칠 두고 시름하다 박씨가 그 마음 받는 것으로 화해를 한다. 그리고 재상가의 부인들 모아 놓고 잔치를 하여 이가에 며느리로 아내로 인정받음을 두루 알리면서 장안 재상가들에게도 인정받는다.
이시백은 평안감사를 거쳐 병조판서에 이르게 되고, 임경업과 남경 사신으로 가게 되었다. 가달의 난을 당한 명나라를 구하고, 귀국하여 우승상이 된다. 이후 아버지 이득춘과 어머니의 죽음으로 3년 상을 치르고 호적이 북쪽 국경을 자주 침입하여 경계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호왕이 조선을 침공하려 마음먹고 조선의 신인을 죽이려 암살자를 보낸다. 신인이 시백인줄 알아 죽이려는 여자 첩자를 박씨가 천기를 읽고 시백에게 언질하여 조심하게 하며, 박씨는 그 첩자의 정체를 밝혀 쫓아낸다.
호왕은 용골대 형제에게 10만 대군을 주어 조선을 치게 하는데 이에 앞서 박씨는 시백에게 전후 사정을 설명하고 시백은 급히 임금에게 호국의 침공방비를 청하나 간신인 김자점의 방해로 방비에 힘쓰지 못하고 낙담한다. 병자호란이 일어나고 시백은 왕을 모시고 남한산성으로 피신하여 호군에 맞서나 패하고 만다. 임금은 굴욕적으로 항복한다. 박씨와 부녀자들은 피화당으로 숨어 무사하게 되며, 적장 용골대를 박씨의 몸종 계화가 죽이고, 아우의 원수를 갚기 위해 찾아온 용울대를 다시 계화를 앞세워 농락하여 혼을 내서 내쫓는다.
박씨는 피화당으로 호군을 끌어들여 처단하고, 용울대에게 세자와 대군들만 인질로 데려가며 왕비는 못 데려가게 하여 최소한의 완전한 패배가 아니게 하였다. 또 임경업이 지키는 곳으로 호군이 귀환하게 하여 장군이 호군에게 화를 풀어 나라를 온전하게 구하지 못한 것에 대한 한마저 풀게 한다. 그렇게 호군이 철수하게 하고 임금은 박씨를 충렬부인에 봉하여 그 충심을 기리도록 했다. 그리고 후에 박씨의 시비인 계화가 죽자 ‘기사 충비’에 봉해졌다.
고소설 [박씨전]에 등장인물의 특징
고소설 작품 「박씨전」의 등장인물에는 조선 한양의 명문가 이득춘과 금강산의 선인 박처사, 그들의 아들, 딸인 이시백과 박씨가 등장한다. 박씨의 시비인 계화가 박씨의 대변인 격으로 등장하여 문제를 해결하고자 등장하고 있으며 시모와 이가의 친인척, 재상가의 부인들이 나온다. 세종에서 인조 때의 왕을 이득춘과 이시백이 조정에 나아가 대면하고 있으며, 조정 대신들 중 임경업과 김자점이 등장하고 있다. 임경업과는 남경 사신으로 갈 때 등장하며, 김자점은 호국에 빌붙은 친호파 세력이다. 병자호란을 일으킨 호국의 왕과 첩자가 나오며, 10만 대군을 이끌고 온 용울대와 용골대 형제가 피화당으로 찾아와 박씨를 대변하는 계화와 대결한다.
작품에서 주요 인물을 뽑자면 주인공 박씨와 남편 이시백이다. 거기에 다음으로 중요한 인물은 박씨를 지지하는 시부인 이득춘과 박씨의 몸종이자 대리인인 계화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역사적 사실 인물은 이득춘과 이시백, 임경업과 김자겸이다. 박씨와 계화는 허구의 인물이다. 작가의 시점에서 역사적 사실에 허구의 인물을 등장시킴으로서 반전을 꾀했다고 할 수 있다. 그 역할을 충실해 해낸 인물이 주인공 박씨와 시비 계화이다.
당시 조선에서 여성은 집안의 소유물에 지나지 않고, 자손의 번창에 큰 역할을 하는 내자의 의미가 크다. 제목에서부터 「박씨전」은 박가에 속한 여성의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 이름을 남길 수 없는 내자로서의 역할이다. 거기에 반해 계화는 이름만 있을 뿐 뿌리가 없다. 성이 없어 이름만 불린다. 성과 이름을 갖고 세상에 자신을 알린다는 것이 여성에게 있어 그만큼 어려운 일인 세상이다.
허구의 여성인물이 세상을 어떻게 뒤바꾸느냐, 배척하고 무시했던 여성이 개척한 일을 살펴볼 수 있다. 추한 얼굴을 갖고 금강산에서 한양으로 시집을 온 박씨는 초야 후 남편과 시모와 시댁 친인척들에게 냉대를 받는다. 오직 시부인 이득춘 만이 박씨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시부의 믿음은 어디에서 오는지 살펴보면 박씨의 아버지 박거사의 인품과 재주에서 온다. 그 아비에 그 딸자식이라 철떡 같이 믿고 지지한다. 그런 시부의 한결같은 올곧음은 박씨가 추물을 벗고, 집안을 부유하게 하고, 이시백을 장원급제 하게 함으로서 빛을 발하게 된다.
반면 총명하다는 이시백은 평범한 인물 축에 속한다. 아버지가 사람을 보는 내밀함을 아들 이시백은 전혀 알아보지 못한다. 인간의 본성 그대로 겉모습이 추해서 아내를 멀리하고 냉대했을 뿐 아니라 가진 정도 나눌 줄 몰라 한다. 오히려 이런 결혼을 시킨 아버지 이득춘을 원망한다. 후에 과거 시험에 도움을 주고자 방문을 요청한 박씨에게 아녀자가 대장부를 오라 가라 한다며 오히려 시비인 계화에게 벌을 주어 아내 또한 간접적으로 타박한다. 그런데도 박씨가 추물을 벗자 모든 잘못을 바로 인정하니 단순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너무나도 인간적인 이시백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이후 아내의 말을 잘 따라 조정에 나아가 방비책을 세우려고도 하는 등 박씨의 또 다른 지지자가 되어준다.
다시 주인공 박씨를 돌아보자면 아녀자로서 인내심은 물론 천기를 누설하지 못한 채 조심스레 모든 난국을 극복해 간다. 신세한탄이라도 할 법 하지만, 고독을 삭히며 3년이란 시간을 피화당에서 홀로 보낸다. 하루 만에 조복을 짓고 시부에게 도움을 주고자 했으며, 명마를 큰 값에 팔아 집안을 부유하게하며, 시백을 장원 급제 시킨다. 시집와서 집안에서만 갇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뿐이다. 이런 재주를 시비인 계화가 알아보아 추종할 뿐이다.
10만 대군을 갖고 쳐들어온 호군들이 피화당에 와서 박씨를 대신해 몸종 계화가 나서 대결하여 적장 용골대를 처결한다. 모든 것이 단지 박씨를 대신하여 계화가 힘을 얻어 했을 뿐이나 그 용맹함을 높다고 할 수 있다. 계화는 원래가 이가의 노비이나 박씨가 홀로 지내는 것을 살피다 그녀의 재주를 알아보고 따르는 인물이다. 한 번의 믿음을 한결같은 자세로 지지한다. 여기에 임금은 국난을 피할 수 있는 여러 징조와 간언을 보고도 두루 살피지 못하고 난국을 피하지 못하는 인물이면서도 충신에 대해서는 명예를 높이 하여 충신을 기리도록 하고 있다.
고소설 [박씨전] 작품의 의미에 관한 서술
「박씨전」이라는 작품이 나온 배경을 살펴보려면 우선 역사적 사실을 보아야 한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은 선조에서 인조 때 조선에서 일어난 큰 전쟁이다. 민중들의 설움이 크게 폭발한 시기이기도 하다. 전쟁으로 인한 백성들의 고통 그 중에서도 나약한 여성들의 한 맺힌 삶이 그려졌다. 전쟁에서 지고 피폐해진 현실에서 가장 나약한 여성은 자신마저도 빼앗기게 된다. 그것이 내 부인이요, 어머니요, 딸이며, 누이였다. 가장 연약했던 여인들을 구해내지 못한 고통이 처절했으리라 생각한다.
고소설을 통한 반쪽 자리 여성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앞서 이야기 했던 허구의 인물이 박씨는 성은 있고 이름은 없으며 계화는 성이 없고 이름만 있다. 여성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이름 석자 남기기가 어려웠던 시대이다. 현실에서는 여성의 능력이 부정당하기 일쑤이며 여성을 도구화 하기 바쁘지만 소설에서 만큼은 이들의 능력을 높이 하여 상을 내린다. 이 고소설을 통하여 반전을 꾀했고, 반쪽자리 여성들이 스스로를 구하고 나라를 구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독자들인 그 시대의 백성들에게 위로와 위안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박씨와 계화는 자신들이 지켜야할 것을 지키고 억울함 토해내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할 일을 다 할 뿐이었다. 남편과 시댁에서 모함하는 일을 견뎌야 했고, 어려운 상황에서 집안을 지켜야 했다. 그런 일이 현실에서 가능하기 어려워 이렇게 소설화 되었다. 박씨는 천기를 읽고 대비했으며, 누구보다 총명하여 재주가 남달랐다. 그런 박씨를 유일하게 알아본 타인이 바로 시비 계화이고 그녀는 끝까지 박씨를 지지하고 돕는다.
박씨와 같은 그런 비범한 아녀자가 어디에 있을 것이며, 약소한 아녀자가 나라의 국운을 살펴 대비를 지켜내고 호군을 혼내어 패했으나 최소한의 자존심만은 지켜냈으니 감복하지 아니할 수 없다. 작품 속에서 조차 완전한 승리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민중의 의식을 달래고 위로가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다만 작품에서 조차도 여성이 뜻을 펼치기 위해서는 시부의 도움과 남편의 도움, 시댁의 편의가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 그들에게 인정을 받아야 한다. 자신의 재주를 펼쳐 난관을 극복한다. 또 시비인 계화의 헌신이 박씨를 온전히 대신해 적을 물리치기도 한다. 박씨 스스로가 천기를 읽고 조력자를 통해 난국을 헤쳐 나간다는 점에서 독자에게 큰 흥미와 재미, 또 지난 극심했던 피해와 상처를 정신적으로나마 치유의 과정을 갖는다.
여성의 비범한 재주와 난국을 극복하는 처세와 시비인 계화의 추종적이면서도 의리 있게 박씨를 따르는 모습에서 남성 못지않은 여성의 용맹함을 엿볼 수 있다. 박씨가 무슨 업보에 추한 얼굴 가죽을 덮어쓰고 살았는지 그 이유가 분명하다고 하여도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박씨가 미모에 따른 몹쓸 일에 휘말리지 않도록 방비한 부성애일 수도 있고, 이시백이 공부에만 전념하도록 박씨의 마음 씀씀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보통의 사람들에게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나타났을 때의 흥미로움에 독자의 열렬한 환호를 받을지도 모르겠다.
박씨는 자신의 처지를 누군가를 원망하기보다는 자신의 재주를 부려 난관을 극복하고 나가길 주저하지 않는다. 주인공에게 대리만족하는 독자 또한 자신을 비추어 난관을 극복하지 못할 이유 없음을 알고 인내심을 갖고 이겨내길 바라는 작가의 마음도 알 수 있다. 나라의 조정 관료들의 무능함과 나라를 지키지 못한 애석함으로 못내 마음이 흉포화 되어 재생 불가능할 것처럼 보여도 자신과 나라를 믿어 의심치 않고 지지하여 끝내 모두가 바라는 것을 이룰 것을 내포하고 있다.
고소설이 우리에게 남긴 것
민담형태에서 소설 양식을 발전해 나갔고, 현재에 이르게 되었다. 「박씨전」이라는 고소설 한편을 통해서 우리는 역사를 되짚어 보기도 하고, 작가가 만든 허구적인 사실을 밝히기도 한다. 이로서 고소설에 담긴 작가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알게 된다. 비록 전쟁에서 패하고 왕과 나라의 백성에게 씻을 수 없는 치욕을 안겼던 현실에서 작가는 분명 정서적 위로와 새로운 희망을 안기고 싶었으리라 생각한다.
신화에서부터 민담, 소설까지 허구적인 이야기에 담긴 것은 인류가 해소하지 못해 불완전한 것을 서사로 풀어 충족 되지 않는 진실, 과학적 증명을 대신을 방안을 낸 것이다. 거기에 정의를 보태고, 민족의 얼을 심는다. 이 정도면 타당하지 않나 되묻기 까지 한다. 이 정도면 너도 이해할 세계를 이해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준다.
새로울 것이 더 이상 없는 이야기를 다시 풀어쓰는 일을 우리는 계속해서 전승이란 이름아래 해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현대판 「박씨전」이 제목만 달리하여 쓰여 지고 있다. 다만 우리가 고소설을 다 읽지 않는 다는 사실로 인해 읽히는 것만 새롭게 받아들인다. 이 같은 반복적인 행위로 인해 달라지는 것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본다. 아마 고조선의 건국이념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알 수 있을 듯하다.
* 참고문헌 : 박상태, 심치열, 고전소설강독, 한국방송통신대학교출판문화원, 202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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