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칼 키냐르 아름답고 고독한 소설들을 읽다.
파스칼 키냐르의 소설을 추천해 드리려고 합니다. 오늘이 저에게는 잠시 멈추는 날이기도 하거든요. 모든 일들이 나아가지 못하고 제 몸과 마음은 지치고 아프다고 신호를 보냅니다. 머리조차 다른 어떤 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은 날이기도 하고요. 새로운건 어렵지만, 그래도 읽었던 책과는 함께할 수 있지않을까 싶어서... 파스칼 키냐르를 끄집어 내었습니다. 온전히 저와 함께 머물다 가주겠지 싶어서요. 저에겐 무척 어렵고 생소한 소설이었지만, 반했습니다. 반하는데 이유가 꼭 있어야 할까요? 다 기억하지 못 합니다. 저도 제 리뷰를 하나씩 보아야 합니다. 기억이란게 그렇더라고요.. 저는 쉽게 잊어버립니다. 꼭 잊지 말아야지 하는 것들조차도 이제 잊어버리고 마는 것 같아요...
파스칼 키냐르 소설은 아래 책 이미지 순서대로 거의? 읽었어요. <은밀한 생>은 지금 읽다가 멈춘상태이고, <옛날에 대하여>, <심연들>, <떠도는 그림자들> 순으로 읽은 것 빼고는 같습니다. 마지막왕국 시리즈 1, 2, 3 순으로 <떠도는 그림자들>→<옛날에 대하여>→<심연들> 순으로 읽으시는게 좋지만, 어떤 선택이라도 다 운명일지도요.^^ <은밀한 생>은 마지막왕국의 8, 9권에 해당된다고 해요. 파스칼 키냐르 작가는 이미 고령이고 자신이 보아온 그것을 써내려 가고 있습니다. <은밀한 생>을 먼저 썼지만, 이미 전체의 한 부분이었을 뿐이라고 말하는 듯했어요.
키냐르는 분명 프랑스 현대 소설가의 한 전형에 가깝다.
조지안 사비뇨는 '만일 프랑스의 산문 문학에 관심이 있다면
파스칼 키냐르의 독특한 길과 조우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또 <은밀한 생>은 스탕달의 <연애론> 이후 사랑에 관한 독창적인 담론이며
연어 인간처럼 근원을 향한 탐색을 추구한다고 설명한다.
<혀끝에서 맴도는 이름>은 자신의 이야기와 동화 이야기, 시학에 대한 자신의 견해 등 이야기의 난이도가 들쑥날쑥할 정도로 머리를 어지럽게도 만들었던 책이었어요. 작가와의 첫만남이었습니다. <떠도는 그림자들> 먼저 읽었다면 저는 아마 못다읽고 덮었을지 몰라요..작가에 대해서도 언어라는 것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이 들게 했습니다. 푹 빠져버렸던 것 같아요. 파롤 parole은 개인이 발화하는 언어를 가리킨다.(p76) 언어를 통해서만 '저 세계'에 갈 수 있다. '저 세계'는 파롤이 말하고 싶어 하는 무엇이다.(p89) 언어와 한 몸을 이루면 시가 된다. 시에 대해 정확한 정의를 내리자면, 아마도 간단히 이렇게 말하면 될 듯싶다. 시란 혀끝에서 맴도는 이름의 정반대이다.(p84)
그가 들려주는 짧은 동화같은 이야기가 <세상의 모든 아침>과 <로마의 테라스>입니다. 얇은 책자예요. 인상은 깊고 음울하기도 합니다. 작가에겐 음악과 그림을 빠트릴 수 없는 근원입니다. 파스칼 키냐르는 대대로 언어학자와 음악가들을 배출한 집안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5개 국어를 습득하고 갖가지 악기(피아노, 오르간,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를 배우는 음악적 분위기에서 성장했습니다. 생후 18개월과 그의 나이 16세 때, 두 차례의 자폐증을 앓습니다. 그저 음악이 없어 견딜 수 없을 지경이 되면 몸이 지쳐 쓰러질 때까지 연주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p131) 세상의 모든 아침은 다시 오지 않는다.(p112) "동판을 마주하고 앉으면 비애가 느껴진다. 내게는 한 이미지를 몽상할 시간, 아니 눈앞에 붙잡아놓고 재생시킬 시간이 더 이상 없다. 내 작품은 다른 곳에 있다."(p131)
<빌라 아말리아>, <신비한 결속>을 저는 참 좋아했고, 친구에게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파스칼 키냐르가 마지막 왕국 시리즈를 집필하는 동안 여성의 언어로 생각하고 말하는 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해요. 잠시 장르변경해서 글을써보는 기분전환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너무도 여성의 마음을 잘아는지, 아니면 여성작가의 글을 많이 읽지 못한 저의 익숙함인지도 모를 무지인지... 알지 못한채 감상하였습니다. 파스칼 키냐르의 소설은 글이 감상이 되는 소설입니다. 영화로 제작된 소설이 <세상의 모든 아침>과 <빌라 아말리아>가 있다고 해요. 언젠가 한번 꼭 보고싶네요..
<은밀한 생>한 편의 긴 시詩로 읽는다.
키냐르 산문 시인이다.
마지막 왕국 시리즈라고 말하면서 이게 무슨 시리즈?라고 생각하셨을것 같아요. 저도 그랬거든요. 작가는 흐르는 강물을 보며 작업합니다. 나는 내가 쓰는 글이, 비록 단장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저 강물처럼 융합되어 흐르기를 바랍니다. 라고 말하기도 하는데요. 그는 1996년 1월 심한 출혈로 응급실에 실려갔다가 죽음의 문턱에서 다시 삶으로 귀한 하는 경험을 한 후 그는 단 하나의 육체와도 같은 책을 쓰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혀 이 작품 <은밀한 생, 1998>을 썼다고 합니다. 그 시기에 마지막 왕국을 이미 그렸고, 한편씩 글을 써내고 있는 것이라고 해요. 이후 2002년 죽음에 가까운 병마와 싸우면서 저술한 <떠도는 그림자들>로 콩쿠르 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파스칼 키냐르는 1948년(현69세)생의 고령입니다. 그와 만날 시간이 얼마 남아있지 않을 것만 같습니다. 책은 조금더 오래 같이 하겠지요...
<옛날에 대하여>, <심연들> 제목으로만 보아도 아찔합니다. 저는 이 책을 제 수준으로 이해하기 너무 어려웠어요. 고집스럽게 읽었고, <떠도는 그림자들>을 읽을땐 조금은 제 엉성한 머리로 생각이란 것을 하게 해주었습니다. 저에겐 기록이나 마찮가지였어요. 기록하고 필사하고 그런 시간들을 함께 했습니다. 제가 모르는 언어의 세계가 보여준 이미지에 허우적거렸습니다. 여전히 모르는 것 투성이지만, 그래서 좋았습니다. 생각해보면 슬픈사랑이었네요.... 여기가 어디인가? 다른 세계에 온 것일까? 다른 세계에 닿았는가? 알몸을 힘들게 밀어내며 느끼는 단순한 옛날. 앞으로 나아가는 그곳을 더럽히지나 않을까 살핀다. 신이 거기 있다는 느낌. 공기가 너무 순수해서 고통스럽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은 완전히 새로워진 아주 오래된 것, 천연 상태의 습관성, 갓 부화해서 헝클어진 기원 같은 것이다.(p144)
이 책들을 제가 다 소화하지 못했고, 제대로 소개해 드리기엔 부족한 부분이 많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은밀한 생>은 작년부터 읽어가고 있어요. 잠시 멈춘 상태입니다. 봄이 되거나 그 이후에나 읽어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항상 계획대로 되는 것은 아닌가봅니다. 제 머릿속에 계획은 많고, 더디고, 속수무책일때가 많아요. 오늘도 정신차리지 못한고 실수 하나를 했습니다. 오늘은 무척 지쳤는데 시간 틈틈이 파스칼 키냐르의 글을 만날 수 있어서 행복하네요. 도깨비 끝나서 아쉬워요. 마지막 방송을 2번이나 봤어요. 김은숙 작가의 시크릿가든 이후로 다 본 것 같아요. 정말 대사가 너무너무 멋져요. 파스칼 키냐르로 시작하다 김은숙작가로 끝나버렸네요.ㅎㅎ 도깨비같은 작품을 또 도깨비 방망이 두들기듯 만들어내시길 기대합니다. ^^
<가수 이소라 - 사랑이 아니라 말하지 말아요>
내 사랑이 사랑이 아니라고는 말하지 말아요.
보이지 않는 길을 걸으려 한다고 괜한 헛수고라 생각하진 말아요.
내 마음이 헛된 희망이라고는 말하지 말아요.
정상이 없는 산을 오르려 한다고 나의 무모함을 비웃지는 말아요.
그대 두 손을 놓쳐서 난 길을 잃었죠.
허나 멈출 수가 없어요. 이게 내 사랑인걸요.
그대 두 손을 놓쳐서 난 길을 잃었죠.
허나 멈출 수가 없어요. 이게 내 사랑인걸요.
내 사랑이 사랑이 아니라고는 말하지 말아요.
그대 없이 나 홀로 하려 한다고 나의 이런 사랑이 사랑이 아니라고 나를 설득하려 말아요.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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